얼마 전 국민안전처 안전정책실에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편지에는 어린이가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쓴 글이 담겨 있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멈추려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멈추지 않아 크게 다칠 뻔했어요. 잘 닳지 않고 잘 멈추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만든다면 다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이 정부에 보낸 편지 한 장이 안전정책으로 탈바꿈한다. 안전처는 롤러스포츠(인라인스케이트·킥보드·스케이트보드) 대중화에 따른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예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안전처가 관계기관들과 롤러스포츠 안전대책 수립에 나선 것은 경기 화성 반송초등학고 4학년5반 박정우·박민서·정이현·이수인 학생이 정종제 안전처 안전정책실장에게 보낸 한 장의 편지에서 비롯됐다.
최근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레저용품인데도 정부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여기저기에 안전사고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으로 접수된 최근 3년간 롤러스포츠 사고 사례는 총 1,059건에 달했다. 지난 2013년 169건에 불과하던 안전사고가 지난해에는 481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상자들은 10대 미만이 51.7%로 절반을 넘었고 주로 열상(찢어짐), 골절, 타박상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안전처는 한국소비자원·녹색소비자연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 관계 전문가와 함께 롤러스포츠 관련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안전처는 우선 인라인스케이트의 바퀴 충돌시험, 브레이크 장치와 지면 간격, 신발의 부착 강도 등 안전 요구 사항을 전문가와 검토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정 실장은 “초등학생들의 제안 덕택으로 보다 안전하게 롤러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직접 편지를 보내 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