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분 29.7%가 1일 16년 만에 정부의 손을 떠나 민간 투자자들에게 넘어가면서 마침내 우리은행 새 경영체제의 서막이 올랐다. 이날 우리은행의 새 주인으로 이름을 올린 투자자들은 물론 잔여 지분(21.4%)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까지 우리은행의 재도약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우리은행은 과점주주들이 주도하는 새 이사회가 구성되는 즉시 지주사 전환, 증권·보험 등과의 협업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서울 청계천로 본사에서 과점주주 7개사와 우리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IMM 프라이빗에쿼티(6.0%),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은 우리은행의 새로운 주인으로서 미래를 함께하게 됐다. 특히 미래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을 제외한 5개사는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우리은행 경영 직접 참여를 선언한 만큼 우리은행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는 중요한 지위에 오르게 됐다.
곽범국 예보 사장은 “새롭게 형성된 과점주주그룹이 차기 행장 선임, 지주사 전환 등 우리은행 경영 전반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할 것”이라며 “잔여 지분 역시 시장의 여건이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매수인 측 대표들은 과점주주가 은행 지배구조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모범 사례가 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한 이사회 등 공식 채널 외에도 최대한 자주 접촉해 우리은행 경영에 관한 의견을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새로 참여한 주주들은 책임감을 갖고 오로지 우리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자본 효율성을 제고해서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며 “그동안 주주 각자가 축적해온 노하우를 더해 우리은행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새 지배구조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지주사 전환, 증권·보험 등과의 협업, 해외 사업 범위 확대 등 새로운 경영전략 마련을 위한 사전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한화생명·동양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 등 과점주주들도 은행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새 이사회가 구성되는 대로 이를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새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의 과정을 거친 후 30일 주총에서는 새 사외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들이 주도하는 새 이사회는 내년 상반기께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재상장, 금융당국과 협의 등 관련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점주주 중 동양생명은 우리은행을 통한 국내 방카슈랑스 강화를, 한화생명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방카슈랑스 시장 공략을 기대하고 있다. 또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펀드 등 판매는 물론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자본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화·동양·한투·키움 등은 모두 해당 금융 업권에서 톱 그룹에 속하는 기업들”이라며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부문과 비교하면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의 규모와 영향력이 더 큰 만큼 우리은행과 과점주주 간에 이뤄질 은행·비은행 협업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