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이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야 3당이 탄핵 일정을 놓고 합의에 실패한 데 따른 것으로, 야권 탄핵 전선의 혼선이 더해졌다.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위해서는 과반인 151명의 의원이 필요하며, 탄핵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 보고로부터 24∼72시간 범위에서 표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오늘 오후 국회 의원식당에서 회동하고 탄핵안 일정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추 대표와 심 대표는 ‘탄핵안 1일 발의 및 2일 본회의 표결’을 거듭 주장했지만, 박 위원장은 가결 가능성이 낮은 점을 들어 ‘9일 본회의 처리’ 입장을 견지했다.
박 위원장은 2일 야 3당이 공동으로 탄핵안으로 발의한 뒤 그로부터 첫 본회의인 8일 보고하고 9일 표결하자는 ‘중재안’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차를 확인하고 ‘9일 표결 시도’에 대해선 “9일 문제는 다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어제 야 3당이 일차적으로 2일 처리를 약속드렸기 때문에 그것을 모여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국민의 당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세력으로서 새누리당에 (탄핵 참여) 촉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그건 헌법상의 책무”라고 전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내일 본회의가 열리면 야 3당 공동으로 탄핵안을 발의해 9일 표결하면 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오늘 발의해야 한다고 해 쳇바퀴가 돌았다”며 “거듭 말하지만, 발의가 목적이어선 안되고 가결이 목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9일은 가결이 보장되느냐’고 하는데 그 역시 불투명하다. 촛불과 여론을 보면서 비박의 태도변화도 좀 지켜보면서 9일 날 하자는 것이 국민의당 안이고, 두 당에서는 ‘오늘 해야만 한다’고 한 것”이라며 “9일이 적기”라고 거듭 언급했다.
다만 여당의 ‘4월 퇴진-6월 대선론’에 대해선 “그건 우리가 지금 얘기할 게 아니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그 안을 안 받을 것이다. 비박 당신들 속지 말고 빨리 (탄핵 대열로) 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2일도, 9일도 불확실하다는 데는 다 동의했는데, 9일의 불확실성이 크다. 이미 공이 비박계한테 가 있는데 무슨 재주로 비박계를 설득하느냐”며 “야 3당이 주도해야 할 국면을 비박계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상황에 대해 몹시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야 3당 대표는 어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조건 없는 하야를 촉구하면서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제안한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