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해온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변화의 규모와 범위·복잡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변화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전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다. 미국과 독일·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4차 산업혁명을 국가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국가 차원의 종합 로드맵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들이 각각 준비하고 있어 부실·중복 등이 우려된다.
1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분야별로 4차 산업혁명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별로 보면 현재 기재부는 정책조정국과 미래경제전략국(중장기전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정책국,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추진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특히 미래부가 준비 중인 방안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융복합에 대한 것으로 사실상 종합 로드맵이다. 미래부는 7월 국무회의에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추진계획’을 상정하고 종합대책 추진방향·체계·일정 등을 보고하며 10월까지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스케줄까지 제시했다.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 보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준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부처의 작업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아직 첫발도 못 뗐는데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 대책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그냥 두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종합 로드맵 마련이 늦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투자계획을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은 2012년 9.6%에서 2015년 1.1%로 크게 떨어졌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