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이 롤러코스터를 탄 모양새다. 1일 하루에만 야 3당은 수차례 탄핵표결 추진과 무산, 재추진을 번복하면서 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여야 정치권의 논의 초점은 1일 오후까지만 해도 탄핵 찬반에서 대통령 퇴진 시기를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옮겨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개최한 새누리당은 2시간여 만에 ‘대통령 내년 4월 퇴진 및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분당을 각오하고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던 비박계가 정치권 원로, 친박계 중진,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제시한 로드맵을 일단 수용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의총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일부 잡음이 있었으나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에 대해서는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고 한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의총 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내년 4월 말 대통령의 퇴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그것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2일 탄핵 가결 시 헌법재판소가 내년 1월 정도에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하면 대통령이 즉시 퇴진하진 않더라도 늦어도 1월까진 강제퇴진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퇴진 시점에 대한 단일대오를 구축한 새누리당과 달리 야권은 심각한 균열상을 노출했다.
당장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내년 4월 대통령 퇴진’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탄핵안 2일 의결’을 주장했다. 추 대표는 이날 야3당 대표 회동에서 “오전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난 결과 오는 9일에도 전혀 탄핵을 추진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오늘 탄핵안을 발의하면 지금 이 순간 잠깐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결코 (2일에) 탄핵을 가결시킬 수 없다는 것이 냉정한 상황”이라며 “탄핵안이 부결돼도 상관없으니 빨리 발의하고 보자는 태도는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야권의 분열로 2일 탄핵은 완전히 물건너 갔고 다음 본회의 일정인 9일 탄핵여부와 대통령 퇴진시점에 초점이 모아지는 분위기 였다.
하지만 협상 결렬 후 탄핵무산에 대한 내외의 강력한 비판여론에 부딪힌 국민의당이 추가 의총에서 탄핵안을 5일 처리하는 ‘중재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민주당과 정의당에 제안했다. 대통령의 퇴진 시점으로 옮아갔던 정국의 흐름이 다시 탄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야3당 대표 회동 전부터 “탄핵안이 2일 통과돼야 한다. 의총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이 오후 의총에서 ‘5일 표결’이라는 중재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배경에는 안 전 대표의 강경한 입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야3당 대표 회동 결렬 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국민의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속출한 것 역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완강했던 ‘9일 표결’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뒤늦게 국민의당의 중재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새누리당이 5일 본회의 소집에 응하느냐가 남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회법 제77조에 따르면 의원 20인 이상의 동의로 본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본회의를 추가로 소집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사일정의 경우 여야합의가 관례였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지도부에 일임해 새누리당의 의사를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 절차를 둘러싸고 여야가 또 한 번 일대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이날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 의원 약 30명은 이날 오후 의총직후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 모여들어 ‘탄핵소추 미룰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서 농성을 시작했다.
/나윤석·박형윤·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