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이어진 글로벌 채권 강세장이 미국 경제성장 기대와 산유량 감산 결정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차기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재정정책이라는 세 요인이 겹치며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은 6bp(1bp=0.01%P) 오른 2.44%를 기록했다.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2.49%까지 오르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장기 물가 및 유가 움직임의 영향을 크게 받는 30년물 수익률은 6bp 뛴 3.10%에 거래됐다. 30년물의 경우 장중 3.17%까지 올라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글로벌 채권시장 대표지수인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종합지수도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지난 1990년대 이후 사상 최악의 손실(4%대 하락)과 사상 최대의 시가총액 증발(1조7,000억달러)을 기록하며 채권투매 분위기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력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꼽았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초저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가 임명한 차기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GDP)을 3~4%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 감세와 인프라 투자, 국채 발행 증대 등을 내세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채 발행량을 줄이는 대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한 기준금리 결정을 거시경제 관리수단으로 썼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반대로 국채 발행 규모를 늘려서라도 미 경제의 성장을 자극하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에 지난달 말 8년 만에 극적 타결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까지 겹쳐 채권 매력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FT는 월가 투자자들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4달러로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하며 원유 등 현물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처드 터닐 블랙록 글로벌 투자 수석전략가는 “채권 투매는 지난달 미국 대선 이전부터 시작됐으며 (현재) 세 가지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과 재정정책 강조가 바로 그것이며 미국 대선은 이 세 가지 요인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시작한 국채 투매 현상이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에까지 퍼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샘 힐 RBC캐피털마켓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매우 다르다”며 “두 채권시장 사이의 민감성은 어느 정도 확산할 수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채권을 사들일 예정이라 유럽에서의 채권 투매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