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기환은 엘시티 배후 빙산의 일각"...이영복 '자물쇠 입' 열까

■ 아직도 안열린 '의혹의 실체'

부산시 사업부지 헐값 매각

아파트 건축 졸속 인허가 등

이영복 '원하는 대로' 술술 풀려

정·관·법조계 총체적 연루 의혹

검찰, 李 비자금 흐름 찾기 박차

거물 후원자들 추적에 총력전

일각선 "李 결국 입열 것" 점쳐



엘시티 사태에 연루된 빅맨은 누구인가. 답을 알고 있는 이영복(66·구속 기소) 청안건설(엘시티 시행사) 회장의 입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씨가 스스로 채운 봉인을 푸는 순간 엘시티 사업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엘시티 사태의 본질은 이 회장 개인의 단순한 횡령 사건이 아니라 정·관·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권력형 비리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판단이다.


배후에서 이 회장을 도운 권력가들의 실체는 자금조달부터 사업자 선정, 인허가 과정에 이르는 엘시티 사업 전반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 퍼즐이다. 지난 1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구속으로 배후의 일부는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 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은 거물 후원자들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허가부터 자금조달까지 원하는 대로=엘시티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인접한 6만5,934㎡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 동, 워터파크 등 관광리조트 시설 등을 짓는 1조7,000억원 규모의 건설 사업이다.

검찰은 시행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이 회장이 5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7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수사 4개월여 만인 지난달 28일 이 회장을 횡령과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지금까지 밝혀낸 횡령액은 704억원에 이른다.


횡령·사기만으로는 엘시티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설명하기 어렵다. 엘시티 사업 과정에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허가·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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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엘시티 사업부지 5만3,694㎡를 부산시가 헐값에 팔았다는 정황이 나온다. 엘시티의 3.3㎡당 평균 매입가격은 1,433만원으로 이는 2006년 부산시가 팔았던 해운대구 다른 지역의 땅보다 싸다. 또 시는 이 회장 측이 사업부지의 60m 높이 제한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도시사업계획을 변경했다. 부산은행은 전체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1조7,800억원 중 1조1,500억원을 떠안은 것은 물론 분양이 저조하면 3,000억원을 추가 대출해주기로 하는 약정을 맺었다. 엘시티 사업은 이 회장이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대로 외부 협조가 이뤄졌던 셈이다.

◇현기환·이진복 의원 등 드러나는 배후 실체=검찰은 이 회장의 횡령자금이 정관계 고위직 비자금 용도로 흘러갔을 가능성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부산은행 관계자로부터 “3,000억원 대출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고위직 연루 정황은 현 전 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로 유흥주점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돌았다. 검찰은 1일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현 전 수석을 구속했다. 돈을 받고 법 개정이나 인허가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부산 동래구)의 연루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1일 이 의원과 가족·측근들의 계좌를 압수수색해 추적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고위직 연루 정황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이 회장은 최순실씨 자매와 함께 서울 강남에서 황제친목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곗돈은 1,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1차 기소 당시에도 전 지방법원장 등이 엘시티 특혜분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이 회장과 관련해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 이름이 다수 흘러나오고 있으며 여기에는 전 국정원 간부, 전 검찰총장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자금의 규모가 크고 아직까지 파악해야 할 계좌 추적 대상이 방대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이 회장의 비자금 흐름 추적을 위해 전문계좌추적팀을 충원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방대한 규모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영복 회장 심경 변화가 핵심=관건은 이 회장이 입을 열지 여부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부산 사하구 다대지구 택지전환 특혜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받으면서 ‘자물쇠 입’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당시 2년여간 도피행각을 벌이다 자수한 이 회장은 검찰의 끈질긴 설득과 압박에도 끝까지 로비 의혹을 부인해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만 기소됐다. 이 회장은 이번 검거 이후에도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을 유흥비나 생활비, 개인채무 변제 등에 썼다고 해명하면서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고령인데다 이번에 검찰에서 적용한 혐의가 입증되면 적게는 5~6년형, 많게는 9~10년형을 받을 것으로 보여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흥록기자 부산=조원진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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