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청년 실업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더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관련 예산 확대, 공급자 중심 인력 교육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4일 발표한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의 청년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효율성 정도는 138개국 중 77위였다. 한은은 세계경제포럼(WEF)이 9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 2016~2017를 인용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낮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노동시장 효율성이 청년층이 취업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덴마크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EU 주요국가를 분석한 결과 노동시장 효율성이 낮을 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효율성 지수가 세계 13위인 덴마크의 경우 청년층 고용률이 55.4%(이하 2015년 기준)에 달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독일(45.3%)과 스웨덴(43.9%)도 청년층 고용률이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노동시장 효율성이 낮은 그리스(13.0%), 이탈리아(15.6%), 스페인(17.9%)는 청년 고용률이 10%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청년층 고용률은 33.1%였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EU 주요국의 경우 청년층은 15~24세, 우리나라 청년층은 15~29세를 범위로 비교했다.
청년층 실업률도 노동시장 효율성에 따라 극과 극이었다. 청년 실업률은 독일이 7.2%로 가장 낮았고 스웨덴 20.4%, 덴마크 10.8%였다. 반면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은 49.8%에 달했다. 스페인도 48.3%, 이탈리아는 40.3%를 각각 기록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2%였다.
보고서는 이처럼 청년층 실업률을 판가름 짓는 주요 요인이 노동시장 효율성이라고 진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노동시장이 유연한 독일과 스웨덴은 임시직 비중이 낮고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율도 높아 임시직이 정규직 취업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청년층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를 통해 일자리 질을 높이고, 여기에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위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교육·노동 분야 등의 청년 고용 중심의 전방위적인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