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원가 정보 공개를 의무화 한 ‘농기계 원가조사기관 지정제’가 지난 7월 본격 시행되면서 일본 업체의 국내 농기계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농기계 구입 농민에게 2%대의 저리 융자를 지원 중인 정부가 원가공개를 거부한 농기계에 대해 융자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인 가운데 일본 농기계 회사가 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농기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15년까지 한국구보다와 얀마농기코리아 등 일본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일본 업체의 이앙기 점유율은 지난 2010년 26%에서 지난 2015년에는 50%를 넘어섰고 콤바인의 경우 같은 기간 9.7%에서 35%로, 트랙터 점유율은 5%에서 15% 수준까지 늘었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농기계의 성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 데다 최근 몇 년 간 엔저 장기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일본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정부가 주요 농기계에 대해 원가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일본 업체의 국내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신규 등록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등 5대 농기계의 경우 농식품부 지정 기관에 원가 관련 정보가 담긴 원가조사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그 동안 지원해 온 농기계 구입 비용에 대한 2%대의 저금리(농기계 구입비의 최대 80%, 원리금 상환기간 최장 7년) 융자도 제한한다.
문제는 일본 업체들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농기계 업체 관계자는 “일본 업체 본사는 몇몇 모델의 한국판매를 위해 민감한 원가 자료까지 공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원가보고서 제출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일본 업체들이 원가보고서 제출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이후 트랙터, 이앙기 등의 신제품을 거의 국내에서 출시하지 못해 일본 기업들이 점유율 확장이나 매출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지난 7월부터 트랙터와 이앙기 등 주요 농기계 가격을 20% 인하한 것도 일본 업체의 판매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또 다른 국내 농기계 업체 판매당자는 “기존에도 일본 농기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는데 국내 업체가 가격까지 추가로 인하하면서 일본 업체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농기계 업체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트랙터와 이앙기를 주력 생산하는 농기계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농민들은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할 때 대부분 융자를 이용하고 있는데 일본산 제품 구입 시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소비자들이 국내 업체 제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제품을 주로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넘어올 것을 대비해 추가 서비스 등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