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탄핵표결 D-4] "탄핵 피하기 어렵다" 판단에 특검·헌재심판 대비 나설 듯

청와대 이번주 대책 고민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처리를 닷새 앞둔 4일 서울 세종대로의 빨간색 신호등 뒤로 안개에 휩싸인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처리를 닷새 앞둔 4일 서울 세종대로의 빨간색 신호등 뒤로 안개에 휩싸인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퇴진 의사를 밝히더라도 오는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4일 결정함에 따라 박 대통령은 사실상 국회 탄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대비하는 쪽으로 태세 전환을 할지 주목된다.


이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결정에 대한 대응책이 있냐’는 서울경제신문의 질문에 “지금 당장 할 말은 없다. 지켜보자”고 답했다. 그러나 탄핵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냉정히 인식한 상당수 참모들이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상수(常數)로 둔 대응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 돌았다. 탄핵을 막기 위해 애를 쓸 게 아니라 특검 수사와 헌재 심판 대비를 하루 속히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이든 주초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측은 3차 대국민담화 직후 “조만간 박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회견을 통해 자신의 사법적 결백을 거듭 주장하는 한편 국회가 정치 일정에 합의만 하면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견의 형식은 여전히 고민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TV 생중계가 이뤄지는 기자회견을 할 경우 회견장 분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박 대통령이 언론과 회견이나 간담회를 할 경우 결백함을 호소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뇌물죄 적용 여부에 특검의 성패가 달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뇌물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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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박 대통령이 개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할지도 관심이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퇴진이나 하야가 아닌 ‘개헌을 위한 임기단축 형식의 퇴임’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여야는 탄핵 대신 개헌을 논의해달라”고 직접 얘기할 경우 민심의 역풍에 밀려 개헌론조차도 완전히 물 건너갈 수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개헌에 대한 의사를 비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들린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탄핵안 국회 통과 이후 열리는 헌재 심판에도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의 핵심은 법리다. 5일 면면이 밝혀질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리적으로 탄핵이 기각돼야 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국회 탄핵 가결에 대비해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성향 파악 등 기초적인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미 재판관 성향 등을 감안한 상황별 표 계산을 해뒀다는 게 정설”이라면서 “특검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사실과 국민 여론도 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청와대는 국회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여론을 조성해나가는 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과 비서관급 상당수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출근해 비상 근무했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해 수석들과 정국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며 참모들로부터 새누리당 비주류의 결정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하기에 앞서 담화문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하기에 앞서 담화문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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