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신라면 신화 넘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농심 '辛의 한수' 둔다

"과거 영광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창립 51돌 축사서 메시지

상하이 등 라면공장 증설

새브랜드 '누들면방' 내놔

제과·생수도 대대적 투자

2018년 수출 10억弗 기대



“신라면의 성공에 안주하는 한 농심의 미래는 없습니다.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을 잊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난 9월 신춘호(사진) 농심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창립 51주년 축사를 보냈다. 때마침 신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이한 터라 거창하게 창립행사를 열 법도 했지만 신 회장의 메시지는 단호하고 비장했다.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를 기대했던 임직원들은 지금이 농심의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라는 신 회장의 일갈에 고개를 끄덕였다.


농심이 창사 52주년을 맞는 내년을 기점으로 라면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의 변신에 나선다.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라면을 앞세워 조기에 글로벌 1위 라면회사로 도약하는 한편 제과와 생수를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키워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프리미엄 면 브랜드 ‘누들면방’을 선보였다. 누들면방은 농심이 1965년 창사 이래 처음 선보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신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신 회장이 직접 브랜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지는 않고 있지만 벌써부터 농심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할 야심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심은 글로벌 식품사로의 도약을 위해 내년 경영 목표를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로 정했다. 이를 위해 국내 7개 생산공장과 해외 7개 생산공장 및 판매법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대폭 간소화하고 연구·생산·영업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내외 구분 없이 신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고 적재적소에 전략적으로 제품을 출시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신라면 신화’의 성공을 뒤로하고 대대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는 점에서 남다른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86년 첫선을 보인 신라면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6,850억원어치 팔렸고 누적 매출은 10조6,000억원에 이른다. 단일 제품으로 국내 식품산업 역사상 최대 히트상품이자 2조원 규모인 국내 라면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평소에 신라면이 거둔 기대 이상의 성공이 오히려 농심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은 글로벌 공략을 위해 내년 초부터 해외 라면 생산공장 증설에 돌입할 계획이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공장을 시작으로 칭다오(1998년), 선양(2000년), 미국 LA(2005년)에 라면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상하이공장의 월 생산량을 180만박스에서 220만박스로 늘리는 증설 작업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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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하이농심공장 전경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하이농심공장 전경


하지만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현지 수요가 매년 폭발적으로 늘면서 2020년께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농심의 전망이다. 라면이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의 반열에 올라선 만큼 한국 라면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현재 생산량 확충을 위해 상하이공장 인근에 신공장을 추가로 짓고 LA공장에 컵라면 생산라인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심은 공장 증설을 조기에 완료해 현지 생산체제를 더욱 가속할 방침이다. 이를통해 올해 6억4,000만달러인 해외 수출액을 내년 8억달러로 끌어올리고 2018년에는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같은 기간 중국과 미국을 양대 거점으로 삼아 현재 100여개국인 수출국을 150여개국으로 늘려 전체 매출 중 4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는 구상이다.

한편 농심은 이날 한국무역협회로부터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해외 생산량을 제외한 국내 수출량만 집계한 것으로 라면업계에서는 농심이 처음이다.

농심 관계자는 “계획대로 투자가 진행되면 농심의 라면사업은 현재 글로벌 3위권에서 중국 캉스푸와 일본 니신에 버금가는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라면과 별도로 제과와 생수에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의 위상을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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