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청문회 선 기업 총수들] "사업특혜·사면, 靑과 거래 없었다" 총수들 뇌물죄 일제 부인

<미르·K재단 출연 집중추궁>

기금 출연 실무자가 처리, 직접 관여 안해

모금 사전 인지 못해...최순실 최근에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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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하나같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총수들은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강제성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업 특혜, 총수 사면 등 반대급부를 바라고 돈을 내지는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정조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일관되게 대가성을 부인하면서 뇌물죄 적용 여부는 향후 특별검사의 수사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 정책 따른 것…대가성 없었다=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은 국조위원들로부터 사면·검찰 조사 등과 관련한 대가를 바라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게 아니냐는 추궁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이 서울 면세점 추가 입찰과 ‘형제의 난’ 수사 관련 로비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가를 기대하고 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사면을 바라고 재단에 출연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최 회장은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이라며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S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기금 출연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한 이유에 대해 최 회장은 “당시 왔던 (출연) 계획이나 얘기가 상당히 부실했고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구본무 LG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 정부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구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 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대가성을 부인했다. 허 회장도 “청와대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금 출연은 실무자가 처리…직접 관여 안 해=대기업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실무진에서 처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을 고(故)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 부회장이 내렸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 당시 제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K스포츠재단 쪽에서) 우리 그룹에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기금 출연은) 돌아가신 이 부회장님을 비롯해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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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자발적인 기금 출연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출연은 제 결정이 아니다”라며 “당시 그 결정은 그룹 내에서 사회공헌위원회가 하는 것으로 돼 있고 결정은 제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부에 대해 “이번에 문제가 되고 나서 챙겨봤는데 실무자 선에서 전경련에 기부한 것으로 안다”면서 “스포츠와 재단 관련 일은 저한테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금 모금 사전에 몰라…최순실도 최근에 알아=이날 청문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두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와 최순실씨의 존재를 언제부터 알았는지도 관심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총수들은 재단 기금 출연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 최씨의 존재도 최근에서야 인지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재단 출연 기금 요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당시에 정확히 재단이라든지, 출연이라든지 이런 이야기는 안 나왔기에 때문에 제가 독대 당시에는 무슨 이야기였는지 솔직히 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존재와 뒷배경에 대해 언제 알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죄송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씨를 두 차례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삼청동 이탈리아 식당 등에서 두 번 만난 것으로 아는데 맞느냐”고 묻자 조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회장은 최씨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정확히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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