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의 의학·첨단기술 융합원천기술 관련 연구·개발(R&D) 과제 연구원인 서울 한 사립대의 C 교수는 대학원생 6명에게 2011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지급했어야 할 인건비 5억1,000여만원을 자신이 관리했다. 연구재단은 대학원생이 받은 1억9,400여만 원을 제외한 3억1,000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지난 8월 대전지검에 고발했으며 현재 수사 중이다.
이같은 연구비 부정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연구재단의 적발·징계 시스템 미흡과 함께 연구재단이 연구자가 연구비를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지 영수증을 일일이 살펴보는 정밀정산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재단의 정산인력은 19명에 불과했으나 ‘표본 심사’로는 연구비 횡령 등을 막지 못한다는 국회의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 8월 겨우 11명이 늘어나 현재 30명이다. 실제 연간 4조 5,000억 원의 국가 R&D 예산을 배분하는 연구재단이 발주하는 과제는 지난해 1만7,279건으로 정밀 정산을 받은 과제는 6.2%(1,075건)에 그쳤다.
지난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밀심사가 2012년 5.4%, 2013년 5%, 2014년 5.5%에 불과했다”며 “용도 외 연구비 사용 적발 건수가 2013년 4건에서 올해(10월 기준) 16건으로 늘었는데 연구재단이 적발한 사례는 5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래부나 감사원이 찾아냈다”고 질타했다.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에도 부실 감독이 문제로 지적된다. 감사원이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재단의 ‘21세기 프론티어 사업’과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을 감사한 결과, 각각 11%와 12% 정도가 연구 목표와 관련성이 낮거나 연구 일관성이 부족한 ‘부적절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감사원은 “두 사업은 합쳐서 3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인데 추진실태의 적절성에 의문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연구재단 측은 “정원이 총 300여 명이라 무작정 정밀심사 인력을 늘릴 수 없고 올해부터는 ‘이지바로’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해 정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정밀 정산을 하면 연구자들도 불만을 갖는데 연구자의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부 측도 “정밀정산을 하는 게 좋지만 연구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현재 연구비 부정사례가 적발되면 연구비를 회수하고 일정기간 과제 참여를 제한하며 해당 기관에도 간접비 지급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