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병 급식





최근 3년7개월 만에 종영한 TV 오락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 에피소드가 유독 많이 나왔다. 군 생활을 수십 년 전에 한 이들에게는 군대 음식을 너무 맛있게 먹고 그것도 몇 번이나 식판을 싹싹 비우는 출연자의 모습이 이채롭기까지 했다. 고된 훈련 과정에다 쇠라도 먹을 나이의 어린 출연자뿐 아니라 중년 출연자까지 그러는 것을 보고는 ‘방송이니까’ ‘설마 그럴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신세대 병영 생활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은 ‘군대리아’ ‘군대짜장’ ‘군대라떼’ ‘튀긴 건빵’ 등 급식이나 부식 등을 이용한 병영 특유의 레시피(조리법)도 보여줬다. 이들 중 일부는 민간에서 상품화하기도 했다. 훈련 등으로 주로 야외에서 먹게 되는 전투식량도 고등어, 멸치조림, 제육 덮밥, 쇠고기 볶음밥, 미트로프, 양념 소시지, 파운드케이크, 초코볼 등 여느 음식점 못지않은 메뉴로 구성돼 있다. 전투식량을 주먹밥 정도로 알고 있던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천지가 개벽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군 면회 음식도 예전과 크게 바뀌었다. 아직도 군부대 주변에는 여전히 면회 음식의 대명사인 치킨집이 많으나 이 외에 피자·파스타·초밥 등까지 포함된 지 오래다. 지인 중 50대의 한 남성은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을 면회 음식으로 준비하려고 아예 새벽에 수산시장에 가 생선포를 뜨고 밥은 따로 해 가 즉석에서 만들어줬다는 일화를 전해주기도 했다. 군 음식이 아무리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신세대 군인들은 집이나 사회에서 먹던 ‘사제(私製) 음식’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사병 급식 중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골 곰탕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장병을 대상으로 맛 테스트를 했다. 시범 부대 장병들의 평가에 따르면 시범 제품(70.8점)의 만족도가 기존 제품(62.2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내년부터 교체하기로 했다고 한다. 생선가스의 경우 만족도 차이가 없어 새로운 방법을 강구 중이라는 것. 세상이 그만큼 풍족해지고 병력자원은 갈수록 줄어가기 때문에 사병 급식 개선은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그래야 마땅하다. 다만 군 사기의 핵심인 ‘군기’만은 놓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