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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동백꽃’의 비극적 수사...한국-대만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2016 한국-대만 큐레이터 협력기획전을 오는 12월 9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동백꽃 밀푀유(Mille-feuille de camelia)>전은 2015-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한국-대만 큐레이터 교류 프로그램의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로, ‘거리를 둘수록 오히려 가까워진다’는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에서 출발했다.

구민자, Hill, Hill and Hills, 혼합매체, 가변사이즈, 2016/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구민자, Hill, Hill and Hills, 혼합매체, 가변사이즈, 2016/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전시는 두 나라의 기획자의 교류가 표류, 시찰, 여행의 경험과 기록이 축적된 후의 선택일 때 섣부른 이해보다는 시차와 거리를 두면서 건져 올린 양국에 대한 문제의식과 돌출 지점을 여실히 드러내고자 한다.

본 과정에 참여했던 독립 큐레이터 김현주, 조주리(이상 한국), 왕영린(대만)의 협력기획전이다. 2년여에 걸쳐 양국의 큐레이터들이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고민하고 공유해왔던 내용을 열 명의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밀도 있는 전시로 선보인다.

‘동백꽃 밀푀유’전은 기관 대 기관의 교류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기존의 국제전시의 틀에서 벗어나, 큐레이터 간의 대화와 배움을 통해 모색된 기획전이다.


전시의 제목인 ‘동백꽃 밀푀유’(mille-feuille)는 서구에서 바라보는 동양의 표상 중 하나인 ‘동백꽃’과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하는 프랑스의 디저트 ‘밀푀유’를 결합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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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신조어는 ‘한국과 대만의 근현대사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과 그 안에 얼룩진 붉은 핏빛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수많은 층들로 이루어진 외형과 더불어 혁명, 전복, 전쟁, 침탈 등의 국제관계사가 촉발한 문화인류학적 영향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밀푀유’에, 여러 겹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핏빛 ‘동백꽃’의 비극적 수사가 더해지면서, 색채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더불어 동서양의 어색한 만남에서 묘한 상징성이 피어난다.

‘나폴레옹’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디저트 ‘밀푀유’는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국 건성과 함께 러시아, 이탈리아, 북유럽 등으로 전파되었다. 달콤한 디저트의 이면에는 전쟁의 씁쓸함이 짙게 배어있는 것이다. 또한 밀푀유의 본 고장인 프랑스에서 동백꽃을 한국과 대만을 식민지배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장미’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이 제목을 더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미지를 반영한 ‘동백꽃 밀푀유’는 전시로 펼쳐지는 시각 예술의 화려한 면모 이면에 자리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쟁점을 동아시아 역학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과 대만 작가의 예술적 통찰과 실천으로 전달한다.

나현, 빅풋을 찾아서, 영상 및 아카이브 설치, 가변사이즈, 2016/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현, 빅풋을 찾아서, 영상 및 아카이브 설치, 가변사이즈, 2016/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노동, 경제식민화, 가족과 민족, 권력’으로 분류되는 전시의 큰 틀에는 한국작가 신제현(설치, 퍼포먼스), 구민자(설치)와 대만작가 저우 위정(설치, 출판), 무스뀌뀌 즈잉(영상)이 참여한다. 그리고 ‘압축성장, 공동화, 개발과 배제’라는 개념 하에 한국작가인 김준(사운드, 설치), 강홍구(사진, 설치)와 대만작가인 류 위(영상), 위안 광밍(영상)의 작업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사건의 병치, 잉여와 소실, 집단 기억, 공시적 서사’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작가인 나현(복합 설치)과 대만작가인 천 졔런(영상, 설치)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형식적으로 몇 가지 키워드로 분류를 하긴 했지만 섣부른 주제적 분류나 공간적 구분을 통해 동선을 제어하지 않고 작가들 간 시공간적 거리감을 리듬감 있게 구성하여 다양한 시야에서 전시 관람을 가능하게 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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