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터키, 환율방어에 목숨 걸었다

국가 차원 '리라화 사기' 캠페인

공공기관 결제수단 리라화로 바꿔

대통령도 외화 팔아 리라화 매입

리라화 폭락으로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린 터키가 국가 차원의 ‘리라화 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FP통신은 8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외화를 모두 팔아 리라화를 매입했다고 터키 대통령궁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들어 터키의 공공 분야와 기업들은 물론 전 국민을 향해 “보유한 외화를 팔고 리라화나 금을 사 애국심을 보여달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매입한 리라화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은행 계좌에 2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터키 공공기관들은 이미 외화자산을 리라화로 바꾸거나 결제수단을 리라화로 변경하는 등 통화 방어를 위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날 의회에 참석한 베라트 알바이라크 에너지장관은 터키 정부가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리라로 결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터키는 대규모 에너지 계약을 자국 통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증권거래소인 보르사 이스탄불과 국방부는 현금자산을 모두 리라화로 바꿨으며 통신사업자들도 터키 내 무선통신 관련 비용을 리라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터키항공은 터키에서 출발하는 성지순례 승객의 운임 결제를 리라화로 국한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라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올해 들어 18%나 폭락한 상태다. 지난 7월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와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정치불안이 고조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광 매출 등이 급감하면서 리라화는 급격한 하락 추세를 보이며 경제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다음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경우 통화 약세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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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주도하는 환율방어 캠페인에도 통화 폭락과 경제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는 이날 2,500억리라(약 72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실물경제를 지원하고 기업들의 현금경색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런던 소재 노무라증권의 이난 데미르 애널리스트는 “통화방어책이 나올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신용 확대에 주력한 대책을 내놓았다”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을드름 총리의 부양책 발표를 전후해 리라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2% 떨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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