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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톱’ 김기덕 감독, “경고가 아닌 현실, 원자력 발전소 한 번 사고나면 그 때는 끝”

공교롭게도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관한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관객들을 찾아왔다. 한 편은 7일 개봉한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 그리고 다른 한 편은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고 IPTV 등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바로 공개된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이 그것이다.

8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역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김기덕 감독과 주연배우 츠바샤 나카에, 호리 나츠코, 알렌 아이가 참석한 가운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의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영화 ‘스톱’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 / 사진제공 = 김기덕필름영화 ‘스톱’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 / 사진제공 = 김기덕필름





같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와 김기덕 감독의 ‘스톱’은 모든 면에서 상당히 결이 다른 영화다. 외형부터 ‘판도라’는 제작비만 100억 원 이상이 들어가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혼란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김기덕 감독의 사비 1천만 원으로 제작된 초저예산 영화 ‘스톱’은 ‘판도라’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호쾌함은 없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사람들이 겪는 참혹한 일들을 소름돋는 묘사로 그려내며 공포를 선사한다.

김기덕 감독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것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을 소재로 하게 된 것은 저에게도 다소 돌발적인 소재였다”며, “보통 쇼킹한 뉴스들이 나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데,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사건이 잠잠해지지 않고 더욱 커지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 이야기니 일본에서 일본 배우들과 촬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후에도 김기덕 감독은 ‘스톱’을 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필요로 했다. 일본에 반입이 가능한 외환의 한도가 1천만 원이라 그 제작비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본에서 무사히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겠냐는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몽영화’가 될지라도 한 번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김기덕 감독 22번째 영화 ‘스톱’ 나카에 츠바샤, 호리 나츠코 / 사진제공 = 김기덕필름김기덕 감독 22번째 영화 ‘스톱’ 나카에 츠바샤, 호리 나츠코 / 사진제공 = 김기덕필름



김기덕 감독은 ‘스톱’에 대해 “남편이 기형아를 출산할까 두려워 낙태를 하려는 아내에게 일본의 안전신화를 믿지 못하냐고 하는 모습을 통해 일본인들의 자긍심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하지만 남편이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후쿠시마를 직접 갔다가 그 자긍심이 무너져내리면서 걱정을 하듯이,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해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뒤의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영화에서 그려지는 참혹한 현실묘사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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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은 원자력 발전소의 현실에 대해서도 “2014년에 ‘스톱’을 찍았는데 그 이후에 중국에서 원전 180개를 한국과 마주보는 중국 동해안에 만든다는 기사를 봤고, 우리나라도 원전을 계속 짓는다는 것을 보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보고도 우리는 공포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판도라’가 원전사고에 대한 경고라면 우리는 한번 원전사고가 생기면 그대로 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문제가 생긴 이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소름끼치지만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던 부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혼자 담당하는 1인 제작 시스템을 통해 완성된 영화로, 8일부터 IPTV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정식으로 개봉했다.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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