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이후 헤게모니 찬탈에 나선 새누리당 비주류가 11일 지도부 즉각 사퇴와 함께 친박계의 탈당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는 별도의 구당(救黨)모임을 결성해 차기 비상대책위원회를 장악하려는 복안을 짜고 있어 새누리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헌법위배를 방조하고 옹호한 현 지도부는 전원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당을 특정인의 사당으로 만들고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됐던 이들은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4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는 당 쇄신에 대한 친박계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비주류가 탈당해 새로운 보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고 한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친박계에 특정시점을 정해 최후통첩을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관련 논의는 많았지만 일단 (비주류의 집단) 탈당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당에서 정말 치열하게 끝까지 싸워보자는 뜻”이라며 “오히려 정말 당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마치 당을 지키려는 세력처럼 우리를 공격할 게 뻔하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대신 비박계는 2~3일 내로 비상시국위원회의 위원장을 한 명 선출해 당 수습을 위한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황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김 전 대표는 일단 제안을 고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는 이날 밤 대규모 심야 회동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과는 당을 함께 못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이들은 공식모임을 구성하기로 하고 공동대표에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뽑았다. 친박계는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후에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친박 주도의 비대위를 구성해 당권을 지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동에는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의원 20여명이 참석했으며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태호·이인제 전 의원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또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원내외 100여명으로 구성된 구당모임도 발족하기로 했다.
한편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탈당파 12인은 이날 새누리당을 향해 재산 국고 헌납과 당 해산 등을 요구하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