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정현 대표의 ‘동반 사퇴’ 언급과 관련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어 있다는 의미)’을 자처하며 당내 분란을 중재해왔던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에 날을 세우면서 새누리당의 ‘투 톱’ 간 균열도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정 원내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을 비롯한 복수의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국 수습을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데 야당에서 친박 지도부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겠느냐”며 “국민들도 친박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탄핵안 가결 이후 계파 내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을 유지하는 문제와 당권을 차지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겸손하게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해야 한다”며 “당을 분열과 파국으로 몰아가는 의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동반 사퇴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정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이 대표는 ‘절대로 자기보다 먼저 물러나면 안 된다. 당 수습을 해줘야 한다’고 내게 부탁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꿔 뜻밖이고 의아하다”며 “내 거취에 대해 당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무슨 의도가 있는 듯한 그런 발언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9일 이 대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진석 원내대표와 동반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이르면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도부 거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