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등 일부 대기업들이 탄핵 정국과 불확실한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앞으로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이 예정돼 있지만 정치상황과 무관한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위축되지 않고 공격 행보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12일 “정치 관련 외부변수가 많아 인사와 조직개편은 미뤄지고 있지만 올해 예정된 투자는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며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추가투자는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총 27조원의 투자계획 중 3·4분기까지 14조7,000억원가량 시설투자를 집행했고 연말까지는 나머지 12조3,000억원을 모두 채우겠다는 얘기다.
주요 투자 대상은 3D 낸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압축된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3D 낸드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평택에 15조6,000억원을 투입해 신규라인을 깔고 있다”며 “투자계획이 그대로 집행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64단 3D 낸드를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 영향으로 신규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하고 플렉시블 OLED 설비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4분기까지 5조9,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했고 올해 전체로는 10조9,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시설확충으로 오는 2017년 말 6세대 OLED 라인 공급능력은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주력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에틸렌 생산능력을 20% 늘리기 위해 시설투자에 나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말 롯데 비리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번 증설은 신 회장의 발언 이후 제조업 계열사가 처음으로 내놓는 투자방안이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여수공장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간 100만톤 규모인 에틸렌 생산 능력을 120만톤으로 증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프로필렌 생산능력도 현재 연간 52만톤에서 62만톤으로 10만톤가량 늘리고 메탄가스를 활용한 가스터빈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여수공장 증설이 2018년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은 미국·우즈베키스탄·말레이시아 공장을 모두 합쳐 총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 글로벌 7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급변하는 세계경제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시불가실(時不可失)’의 정신으로 선제적으로 투자해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증설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글로벌 톱 10 종합화학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정명·서일범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