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로 내년 2% 성장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4년 만에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초부터 추경 편성을 서둘러 경기 하방 압력과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란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초 4·4분기 거시경제 지표가 눈으로 확인되고 1·4분기에도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경우 추경 편성의 동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 출범 첫해인 지난 2013년 정부는 세계 경기침체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17조원의 추경을 4월에 편성한 바 있다.
추경 편성 논의에 불을 댕긴 것은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KDI는 지난 7일 ‘2016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0.3%포인트나 내린 2.4%로 수정하면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추경 편성과 함께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경 KDI 원장은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초부터 추경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볼 때 내년 추경 편성은 예정된 수순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가계 소비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OECD에서 최고 수준의 재정 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밑돌고 있다. 세금도 잘 걷히고 있다. 10월 말 현재 국세 수입은 215조7,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215조9,000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묵묵부답이다. 경제정책 방향에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아직 집행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추경을 얘기하는 것은 예산 편성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간담회에서 “1·4분기 상황을 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정부도 내심 추경 편성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은 올해 추경 편성분을 고려할 경우 실제 증가율이 0.5% 늘어나는 데 그친다”며 “경기 하강 우려가 큰데 재정을 더 확장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이 편성되면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 성장률 제고에는 긍정적이다. 정부는 올해 추경 편성으로 경제성장률이 0.2~0.3%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