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재, 특검·檢에 최순실 수사자료 요청

수사·재판 진행 前 확보 나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법의 제한을 피해 최순실 국정농단 검찰 수사자료 확보에 나섰다.

헌재는 15일 제5차 재판관 회의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박영수 특별검사 측에 이번 탄핵소추안과 관련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수사 자료 일체를 요청하기로 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팩스와 인편으로 요청공문을 발송했다.


헌재법 32조는 재판이나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은 다른 국가기관에 달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검찰의 내사 자료를 건네받지 못한 상태로 심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헌재는 현시점은 이 같은 법 조항의 제한을 받지 않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검찰의 수사가 종료돼 있고 관련 재판이 열리기 전, 그리고 특검의 수사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결국 특검이나 중앙지검 측에서 헌재에 자료를 보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검찰의 최순실 관련 수사는 세월호 의혹을 제외하고 박 대통령 탄핵안에 담긴 탄핵 사유 전반에 걸쳐 이뤄진 만큼 헌재가 판단할 부분과 직접 닿아 있다. 특히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녹취 파일,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 등 확실한 물증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헌재가 검찰의 수사 자료를 확보한다면 준비절차에서 증거 채택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을 직권으로 정리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아울러 변론 기일에서도 양측의 주장과 입장의 모순을 판단할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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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시점의 수사 진행 여부 등을 특검과 검찰이 헌재와 다르게 볼 수 있어 헌재가 실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재는 최순실씨 재판의 경우 오는 19일이 첫 준비기일인 만큼 아직 기일이 열리기 전인데다 특검 역시 20일까지가 수사준비기간이라 공식적으로 수사가 시작하기 전이라 해석했다. 다만 기소 이후 이미 재판부가 배당됐고, 특검은 수사준비기간에도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특검 등이 각각 재판과 수사가 이미 시작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영수 특별검사는 이와 관련 이날 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헌재가 탄핵 재판에서 수사·재판 중인 증거를 제출받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직접 요구·제출해야 하는 등 쉽지 않다”며 탄핵 재판에서 자료 제출의 까다로움을 언급했다. 배 특검의 발언은 헌재 측의 자료 송부 요청을 확인하기 전이었는 만큼 헌재와 법적 판단을 같이해 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은 있다.

배 공보관은 “기록을 보내줄지는 요청받은 기관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별도로 송부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탄핵 청구인인 국회 측에 의결안에 담길 내용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를 알려 달라고 명령했다. 증거목록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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