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 세 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향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게 돼 ‘자본유출 쇼크’가 우려된다. 수출과 내수가 함께 부진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공백이 겹쳐 있어 자칫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국면이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1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0.50∼0.75%로 올랐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고용개선과 물가상승, 소비 호조 속에 이미 예상돼왔다. 하지만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통해 연준이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연준은 최근까지 내년 금리 인상을 두 차례 정도만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 커다란 리스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는 1,200억달러로 이 가운데 일부라도 연장에 실패하면 신흥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최근 “신흥국들은 달러강세에다 선진국 채권금리 상승, 자금유출이라는 도전해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15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6개월째 1.25%로 유지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면 내외 금리차 축소 또는 역전 현상이 심화해서 자본 유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내년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1.25~1.50%로 한국의 현 기준금리보다 높아져 자본유출 압박이 커지게 된다.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이 9년 만에 금리를 올리자 이후 3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6조3,340억원이 빠져나갔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위원은 “불안한 정책 컨트롤타워,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급랭, 기업 구조조정 등 국내 경제 리스크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과거와 달리 충격을 키울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결정에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는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4일(현지시간) 유로·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3년11개월 만에 최고인 101.77을 기록했고 달러와 유로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에 바짝 다가섰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원80전 오른 1,178원50전에 마감했다. /이연선기자 뉴욕=손철특파원 blueda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