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돈잔치 탈피를 선언한 게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8일 자산매입 규모를 내년 4월부터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줄이겠다고 밝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찾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고 중국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가 저금리 축제를 멈추고 긴축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선 오름세를 타고 있는 대출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300조원 넘는 빚을 진 가계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빚을 갚으려 가계가 지갑을 꼭꼭 닫는다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제2금융권 또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뿐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급격한 자금이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율시장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15일 장중 한때 12원 이상 급등해 달러당 1,180원 선을 넘어선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저금리의 잔영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당장 금리 상승으로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금리 상승기를 틈타 은행이 약탈금리를 적용하지는 않는지 감독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덜되 도덕적 해이는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내년 경제정책의 중심에 경제 살리기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도 함께 위치시켜 시장 불안에 선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