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장에서 확실성을 좇는 ‘금융 노마드’들은 요즘 미국을 투자 1순위로 손꼽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달러 강세, 각종 재정부양책과 미국 기업 자금의 본국 회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주식과 인플레이션, 달러 강세,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그동안 저금리 시대에 최대 수혜상품인 채권투자는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으로 투자자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붐은 우선 펀드에서 확인된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14일 기준)간 미국 펀드로 269억원이 유입됐다. 중국(홍콩 H주 포함) 펀드에서 1,536억원, 유럽 펀드에서 721억원, 일본 펀드에서 542억원이 빠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5,246억원이 이탈했다.
미국 펀드 중에서도 최대 인기 상품은 뱅크론 펀드다. 프랭클린자산운용의 미국 뱅크론 펀드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 펀드는 최근 1개월간 무려 620억원을 끌어모았다.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규모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펀드로도 294억원이 유입됐다.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투자가 불리하기 마련이지만 선순위 미국 대출채권(뱅크론)에 투자하는 뱅크론 펀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변동금리여서 금리 인상기에 유리하다. 박종석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마케팅 이사는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데다 다른 채권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안으로 뱅크론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소 위험성이 있지만 미국 주식도 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 정책과 법인세 인하 등으로 전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 증시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현재 국내 출시된 미국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흥국미국배당우선주’ ‘삼성애버딘미국중소형’ 펀드가 인기 펀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소비 관련주, 은행주 등 직접 투자를 권한다. 데이비드 웡 AB자산운용 주식부문 선임 매니저는 “법인세 인하로 미국 기업 자금의 본국 회귀가 일어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을 업종은 기술·헬스케어”라고 추천했다.
달러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도 주목된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등락은 있겠지만 달러 강세 기조 자체는 2~3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4만458주에 그쳤던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94만2,231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달러 투자 붐이 예상되면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달 말 달러 ETF(6종) 상장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또 달러 주가연계증권(ELS)도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10월 7억1,100만원에 불과했던 NH투자증권의 달러 ELS 청약금액은 지난달 40억7,600만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글로벌 저금리 시대 최대 수혜상품인 채권 투자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난 1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전체 설정액의 1%인 5,240억원이 유출된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1조6,523억원(8.5%)이 빠져나갔다. 12월 들어서만 채권형 펀드에서는 2조71억원(13일 기준)이 빠져나갔다.
다만 물가연동채권은 채권 가운데 그나마 유망한 투자 자산군이다. 물가연동채권(TIPS)은 원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되는 채권으로 뱅크론 펀드처럼 금리가 상승할수록 수익률이 올라간다. 채권 자산 약세에 베팅한다면 아예 채권형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으로 부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