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마사회장에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에 오경태 농식품부 전 차관보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장은 각 부처 장관이 제청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토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임명한다. 박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인사인 만큼 황교안 권한대행이 결재한 첫 인사인 셈이다.
총리실은 청와대와 논의를 거쳐 수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장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황 권한대행에게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장 등의 신규 임명 필요성을 보고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고 건 전 총리도 차관 인사를 단행했고, 각 부처별로 공공기관장 인사를 빨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점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총리실은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1월 말 임기가 만료하는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사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고심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첫 인사에 대해 야당은 국회와의 협치는 도외시한 채 인사권만 행사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다. 최인호 더불어 민주당 최고위원은 “급하지도 않은 마사회장 자리에 대통령 인사권부터 행사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마사회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고, 여타 공기업 인사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황교안 권한대행의 마사회장 임명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금 대변인은 “마사회는 ‘조직의 사유화’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이 와중에 직무정지 대통령의 대행에 불과한 황 권한대행이 낙하산 인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양호 신임 마사회장은 대구 영남고, 영남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오경태 신임 원장도 대구 심인고, 영남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과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두 기관에 외부인을 비롯한 다수 인사가 지원했지만 황 권한대행은 나란히 영남대 출신의 대구 경북(TK) 인사를 인선한 것이다. /김광수 임세원 박홍용 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