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상 드론 나포로 또다시 맞붙었다.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미국 소유의 수중 드론을 압류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강경한 남중국해 대응을 시사해 양국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습이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남중국해에서 확보한) 미국의 수중 드론을 적절한 방법으로 반환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미 해군 함선이 지난 15일 남중국해 수비크만 해상에서 수중 드론 회수작업을 하는 동안 중국 해군 소형군함이 다가 와 드론 한 대를 압류했다며 반환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양국이 겪게 될 남중국해 분쟁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국방부의 드론 나포 발표 후 “중국이 국제 해상에서 연구용 드론을 갈취했다”며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으며 중국 국방부가 반환 의사를 밝힌 후에도 “우리는 중국이 훔친 드론이 필요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사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유약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해 차기 정부가 남중국해 문제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이 불필요한 논쟁을 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드론 나포 지점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해양경계선인 9단선 바깥이었음에도 중국 국방부는 “항행의 안전 보장을 위해 중국은 드론을 검사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나포된 수중 드론을 해수 온도 등을 조사하는 연구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군사·안보 정보수집을 위해 사용했을지 모르는 일”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17일 “미중 양국 간 무역전쟁이 발생하면 승자 없이 양국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양국 간 정책 논의 등을 강화해 (무역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