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비공식 의회 소통 채널로 척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당선인과 반대 진영이지만 같은 뉴욕시민이라는 공통분모를 무기로 친분관계를 구축한 슈머 의원은 향후 초대 내각 장관 내정자 인준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든든한 원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내년 초 개원하는 제115대 의회의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로 확정된 슈머 상원의원이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수차례 전화를 주고받으며 정책과제·입법·인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이자 핵심 측근인 재러드 쿠슈너와 슈머 의원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 주최 조찬모임에 함께 자리를 드러내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쿠슈너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슈머 의원 간 견해가 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만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보다 더 공통분모가 많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슈머 의원의 신밀월관계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전략적 협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공화당 내부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석유 거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슈머 의원과 민주당의 협력은 천군만마와 같다. 슈머 의원 입장에서도 대통령은 물론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빼앗긴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적당히 협력해 실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밀월이 길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과 월가 규제법안인 ‘도드프랭크법’, 건강보험개혁법 등과 관련해 취임 직후 결전을 앞둔데다 슈머 의원 식 실리주의가 당내에서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민주당 성향의 리베카 카츠 정치전략가는 “만약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DC 밖으로 나서면 (트럼프와) 협력해 점진적인 승리를 거두기를 원하는 민주당원을 찾는 게 힘들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싸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17일 미 행정부의 예산사용 우선순위를 정하고 규제 시행을 조율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초강경 보수 성향의 믹 멀베이니(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그는 공화당 내 강경파 하원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공동창립자로 재정지출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멀베이니 의원이 사회기반시설에 1조달러를 투입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적절한 제동장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