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과점주주 지배체제로 민영화에 성공했음에도 금융권 관계자 대다수가 ‘여전히 정부의 개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것은 금융산업에 박힌 관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다수 금융계 임원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잔여 지분을 매각해야 진정한 민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계 임원과 민간 금융연구소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3.7%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초기 민영화에 성공했는데 관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민영화를 이룰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64.5%인 49명이 ‘여전히 정부의 개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3.7%에 그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국정감사 등에서 우리은행의 지분매각 이후 정부의 간섭은 없을 것이라고 피력해왔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의 지분 23.4%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장 선임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며 주주들에게 자율성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정부가 여전히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상황이라면 언제든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 임원들의 시각이다. 특히 정권이 교체되고 금융당국의 수장이 바뀔 경우 임 위원장이 한 약속은 폐기 처분될 수도 있다는 게 관치에 익숙한 금융사 임원들의 속내인 것이다.
응답자들 가운데 과반수인 50%는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시급한 후속 조치로 ‘정부 잔여지분의 신속한 매각’이라고 답변한 것이 이런 의중을 반영한다. 또 ‘정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투명한 경영시스템 구축(32.9%)’ ‘경영권을 완벽하게 확보한 1대 주주의 등장11.8%’ ‘정부 영향력 없는 외국계 대주주 등 참여(5.3%)’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은행의 진정한 민영화를 위해 정부의 남은 지분을 하루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정부가 여전히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경영의사에 간섭하면 비효율성과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어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투명한 경영 시스템 확보도 필요할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권 한 임원은 “사외이사 등에서 정부 추천 인사가 선정되면 곤란하다”며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주요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