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현 오바마 정부의 지구 온난화 방지 약속을 철회하면서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트럼프의 친환경 정책 폐지에도 지방정부는 기존 방침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중앙과 지방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임명하는 고위관료의 면면이나 정부 성명서를 보면 방향은 명확하다. 배기가스로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난 8년간 추진한 정책을 뒤엎는 것이다. 공화당이 이끄는 의회 또한 이 같은 정책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장과 주지사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취했던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21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들은 워싱턴DC에서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전 시장인 샘 애덤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대적이지만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와 주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곳으로 꼽히는 포틀랜드시는 몇 년 전 새로운 폐기물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재활용률이 높아지고 퇴비화 비율이 상승하며 더 적은 양의 쓰레기를 땅에 매몰하게 됐다.
민주당 소속 제리 브라운이 이끄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해당 제한선을 지킨 기업들이 탄소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는 ‘캡 앤드 트레이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 1990년보다 40%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와이는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높일 계획을 내놓았다.
트럼프의 중앙정부가 화석 연료를 애용하겠다고 천명하면서 20년 만에 에너지 정책이 급유턴하고 있지만 지방정부가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주요 주와 시들은 화석연료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중심으로 가고 있고 친환경 대량 교통수단을 도입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워싱턴DC에서 무슨 일이 있건 간에 그들은 그들이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몇몇 도시 지도자들은 트럼프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못 받더라도 기존 정책을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각 주들은 연비를 높이는 기준을 자발적으로 만들고 있다. 29개 주는 어느 정도의 전기는 반드시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그리고 다른 8개 주는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9개 주는 ‘지역 온실가스 구상(RGGI)’에 포함돼 있으며 17개 주는 ‘새로운 에너지 미래 규약’을 체결, 지속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텍사스주는 다른 어떤 주보다 많은 양의 풍력발전소를 갖고 있다. 이들 풍력발전소는 연방정부의 세금혜택이나 보조금이 아니라 전력 시장의 규제완화 때문에 건설이 가능해졌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마이애미 비치에서는 4억달러를 투자해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 노반을 높이고 홍수 예방벽을 건설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코럴게이블스의 시장인 제임스 테이슨은 치솟는 바닷물로 홍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