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1일 열린 교무위원회에서 미래대학 설립 심의안을 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염 총장은 “대학의 미래를 생각하다가 새로운 학사조직을 검토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구성원이 큰 부담을 느끼고 갈등 소지가 있어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임기 중에 미래대학 설립 등 학사구조 개편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미래대학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6일 자유전공학부 정원 95명에 다른 단과대에서 정원 2%씩을 흡수해 150명 규모의 새 단과대를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총학 측은 “이 단과대학은 한 학기 등록금만 750만원인 ‘귀족단과대’”로 규정하며 “또 미래대학 추진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았다”며 지난달 24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진행해 왔다.
이에 학교 측은 미래대학을 단과대학이 아니라 약 80명 규모의 독립학부로 설립하고, 자유전공학부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다른 단과대학 정원을 2.5%씩 할당받기로 하는 등의 수정안을 지난달 28일 제시한 바 있다.
염 총장이 미래대학 설립안을 철회했음에도 당장 본관 점거가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을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학사제도협의체’를 꾸려 학사제도를 바꾸는 등 사안이 있을 때 학생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협의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본관 농성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학교는 일방적으로 구조개편을 진행해와 불신이 쌓이고 본관 점거까지 맞이하게 됐다”며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