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이 집단탈당을 결의하면서 향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합류 여부에 따라 총 50명 이상의 의원들이 탈당 행렬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친박계는 사실상 ‘식물정당’으로 국회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21일 탈당 결의를 한 34명은 기존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이다. 집단 탈당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추가적으로 2·3차 탈당이 이어질 수도 있다. 당장 대구·경북지역의 중도적 입장의 의원들은 지역구 민심을 살핀 뒤 탈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놓고 비박계를 지원한 중도 성향 의원들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반 사무총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힘을 보탤 수도 있다. 이 경우 50명 이상의 의원들이 비박계 탈당 행렬에 참여해 국민의당을 넘어 원내 3당 지위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반 사무총장의 합류 여부가 중요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비박계가 반 사무총장을 영입해 쇄신과 혁신을 국민이 납득할 만큼 진행하면 보수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 사무총장이 (비박계로) 합류하는 것을 봐야 새누리당에 남은 사람들도 반 사무총장을 보고 그쪽으로 몰려갈 수 있을 것”이라며 “친박계가 점점 명분을 잃어가고 있으니 비박계 쪽에서 30명 이상 그룹을 형성하면 반 사무총장도 그쪽으로 가는 것이 확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다만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지 그분(반 사무총장)이 진단할 것”이라며 “오는 27일 비박계가 (탈당을) 결행하면 새누리당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환골탈태해 한두 달 내 새로운 새누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이 교수는 “중도보수, 따뜻한 보수 등 비박계는 여러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만 친박계는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서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친박계 새누리당은 이제 식물정당이 될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의 정족수가 5분의3인데 비박과 야권이 합하면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친박계는 일단 당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정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보수를 통합하고 새누리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신보수의 깃발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경륜 있는 분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탈당 예정일인 27일까지 설득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정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 유 의원이 자신을 향해 ‘모욕적’ ‘예의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제가 정치 선배인데 예의가 없는 짓이라고 하는 것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탈당이 최종 결정되는 시점까지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