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지명수배 조치를 취했다. 혐의를 부인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최씨를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독일 헤센주 검찰이 최근 정씨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수사 당국 간 공조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22일 “특검은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조치를 하는 동시에 지명수배를 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씨의 해외 도피를 돕는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이 특검보는 “앞으로 정씨에 대해 국내외에서 도피 편의를 제공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할 경우 형법상 범인도피·은닉, 증거인멸에 해당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특검이 전날 정씨의 체포영장 발부 및 독일 검찰에 대한 사법 공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신병확보를 위한 공세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검찰 단계에서 없었던 강제수단을 모두 동원하며 ‘자진 귀국’을 종용하는 모양새다. 정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정씨가 특검 수사에 협력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특검보는 “자진귀국 의사가 있다면 진작 들어왔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들어오면 된다”고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정씨 추적을 통해 최씨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검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정씨의 소재에 대해 독일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각종 수사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만 전하고 있는 검찰이 정씨의 추적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표하는 모습 또한 이례적이다. 여기에 변호인을 통한 귀국 설득 대신 곧바로 강제수단을 동원한 것까지 모두 ‘최씨 압박용’이라는 해석이다.
독일 헤센주 검찰도 정씨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정 씨의 소재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의에 “정유라가 독일 당국에 의해서도 관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안다”며 “한국과 독일 수사 당국 간에 협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여권 반납 명령 및 무효화 조치 요청을 받았다”며 “여권법에 따라 신속히 정씨에게 여권 반납을 명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한 사유 없이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직권 무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희영·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