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대·중기 공정거래, 경제난관 돌파구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부, 하도급대금 직불제 등 도입

불공정 관행 개선 불구 갈길 멀어

상생협력은 시혜 아닌 생존 문제

대기업,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올 한 해에도 우리 모두가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액이 11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고 국가신용등급은 프랑스와 동일한 ‘Aa2’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상황은 녹록지만은 않다.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 전망 등 대내외적 불안 요인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난관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함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는 바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 개선을 위해 올해에도 각종 제도를 보완·확충하고 법 집행을 강화해왔다. 중소기업의 가장 절실한 애로사항인 대금 미지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하도급 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가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하도록 16조원의 공공발주 공사를 대상으로 하도급 대금 직불제를 추진했다. 또 대금 미지급 빈발업종에 대한 집중 점검 등을 통해 올 11월 말까지 2,116억원의 미지급대금이 하도급업체에 지급되도록 조치했다. 대금 미지급을 자진 시정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벌점·과징금 부과를 면제하는 제도를 시행해 하도급업체의 피해가 신속히 구제되도록 했다.

또한 하도급업체들이 불공정 행위로 인한 피해를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도록 지난해 3월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에는 원사업자가 보복행위를 해 단 한 차례만 고발 조치되더라도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일명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추진했다. 그 밖에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대·중소기업 간의 협력이 보다 강화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협약 평가기준 개정 등 협약제도 활성화 방안도 시행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6,700여개 중소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민관합동 설문조사 결과, 97.2%의 업체들이 하도급 분야의 거래관행이 지난해에 비해 개선됐다고 응답했고,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하도급 분야 불공정 행위에 관한 민원접수 건수도 지난해에 비해 20% 줄었다. 아울러, 공정거래협약 이행을 통해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개발 지원금액은 전년에 비해 1.7배, 기술보호지원 건수는 네 배 증가하는 등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수준도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자동차 엔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부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연간 약 300억원의 외화를 절감한 사례, 반도체 연마 장비를 국산화한 사례 등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도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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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 및 상호협력은 상당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개선 정도는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 실시한 서면 실태조사 결과 수급사업자의 새로운 애로사항으로 제기된 원사업자의 안전관리비 미지급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하고,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의 부당특약 설정 및 서면미교부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공정거래협약 제도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약이행 평가를 함에 있어 내년부터는 자금지원 정도 등 단순한 상생협력 수준을 넘어 지원을 통해 달성한 기술개발·품질향상·비용절감 등 효율성 증대 정도를 비중 있게 평가할 계획이다.

우리 경제가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를 동반자로 여기고 공정한 거래 및 상생협력을 위해 보다 많이 노력해야 한다. 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 시혜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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