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산동금속공업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원유·가스전 시추부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다.
원유나 가스를 뽑아내는 현장에서 유체 흐름을 제어하는 고압용 플러그밸브 등 시추장비 핵심부품을 제조해 전 세계 20여개 산유국에 수출하고 있다
원유나 가스 시추장비 및 관련 부품 기술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 기업에 한정돼 있다. 산유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전혀 없는 만큼 이 분야에 눈을 돌리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산동금속공업의 플러그밸브는 세계 일류기업의 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유 시추는 보통 지하 200~500m를 뚫어야 하고, 셰일가스는 이보다 10배나 깊은 2,000~4,000m 아래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셰일가스 시추에 사용되는 플러그밸브는 적정 타이어 공기압(35psi)의 420배에 이르는 1만5,000psi의 압력을 견뎌야 해 고정밀 설계·가공기술이 필요하다.
배선봉 산동금속공업 대표는 “다른 제품은 불량이 생기면 교체하면 되지만 플러그밸브는 고압에서 불량이 생기면 곧바로 큰 사고로 이어진다”며 “제품 전량을 자체 압력 테스트를 거쳐 생산하는 등 기술 완벽주의가 기본 철학”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기술력 덕분에 이 회사의 시추부품은 유·가스전 개발 분야의 세계적 인증인 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를 확보했다. 또 이란 국영 석유회사(NIDC)가 부품을 구매하는 5개 밴더 기업 중 한곳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2년에는 경북도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인 ‘경북 프라이드(Pride) 상품’에 선정됐고, 2014년에는 수출 1,800만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해양 시추기 부품 국산화 분야인 고압밸브, 디버터 개발 등 국가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산동금속공업은 플러그밸브 외에도 유체의 역류 현상을 방지하는 체크밸브를 비롯해 게이트 밸브, 쵸크 밸브, 조인트, 이음쇄, 파이프 등 다양한 시추장비 부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규격·용도별로 세분화하면 생산 중인 시추부품이 2,000여 가지에 이른다.
산동금속공업은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작은 주물공장을 인수해 지난 1998년 출발했다. 이후 내수시장만으로는 ‘100년 영속기업’이 될 수 없다고 판단,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을 위해 시추부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배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서 우연히 시추부품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산유국에서만 이뤄지는 산업이다 보니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 기술경쟁국인 일본·대만에도 생소한 산업군이라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하고 고심 끝에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추부품은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 라인이 아닌 수작업으로 조립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대기업이 뛰어들기 힘든 만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배 대표의 우직함과 과감한 투자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기술력으로 무장한 산동금속공업을 만든 셈이다.
산동금속공업은 최근 캐나다 에드먼튼 서쪽 약 110km에 위치한 웨스트 펨비나(West Pembina) 지역의 유전 광권(1,024㏊)을 확보해 주목을 받았다. 이 유전은 캐나다 대표 유전인 카디움, 몬트니, 바켄 중에서도 경질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웨스트 펨비나 카디움 지역의 중심에 있다. 배 대표는 이곳을 육상·해상 유전 시추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실증 현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국내 유가스전 시추기 부품 제조 중소기업이 개발한 부품의 성능을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어 이 분야 사업화 및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동금속공업은 내년 이후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매장 석유·가스 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 및 수출 정책을 제시하면서 원유가격 폭락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관련 업계가 반등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트럼프 효과’로 이미 내년도 1,000만달러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며 “올 초까지만 해도 ‘2020년 직수출 5,000만 달러 달성’이라는 비전 달성이 불투명했지만 이제는 한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