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영원한 삶에 대한 갈망을 엿보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

기원전 700~650년 무렵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보관하기 위해 제작된 내관 ‘가우트세셰뉴’.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기원전 700~650년 무렵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보관하기 위해 제작된 내관 ‘가우트세셰뉴’.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태초의 왕 오시리스는 그의 동생인 세트에게 살해당하지만 아내인 이시스에 의해 되살아나 사후세계의 왕이 됐다. 이 신화는 이집트인에게 내세를 꿈꾸게 했고 영원한 삶은 죽은 사람의 몸이 보존돼야 가능했기에 ‘미라’를 만드는 복잡한 장례 절차를 만들게 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에 따르면 주검이 완전한 탈수 상태의 미라가 되기까지 두 달 남짓, 약 70일 정도가 필요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는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이집트 유물 229건을 2년의 준비를 거쳐 선보인 자리다. 박물관은 세계 문명전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집트전을 기획했다.


전시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마음을 따라 구성됐다. 1부 ‘사후 세계의 믿음’에 이어 2부 ‘영원한 삶과 미라’에서는 미라가 만들어지는 방법과 함께 실제 화려하게 장식된 관과 미라가 전시된다. 이승의 풍요가 저승에서도 이어지길 바라고 신분을 과시하려는 생각까지 더해져 화려한 부장품이 탄생했다. 특히 사후세계에서 하인처럼 부리기 위해 무덤에 넣었던 작은 인형인 ‘샵티’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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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 대한 열망은 왕·귀족뿐 아니라 평민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장례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금과 보석 등 비싼 재료를 사용할 여유가 없는 이들은 도금을 하거나 색칠을 했고 가난한 사람들은 흙으로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 썼다. 이집트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결합하거나 동물 그 자체로 신이 되기도 했기에 5부 ‘신성한 동물들’에서는 이 같은 동물 숭배의 독특한 신앙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동물 미라는 고대 문명 중에서도 이집트만의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수천만구에 달하는 동물 미라는 이집트인이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거나 신격의 존재로 대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 ‘영혼이 깃든 동물 미라’에서는 고양이·따오기 등의 미라와 관을 소개한다.

이집트인들은 영원한 삶을 얻기 전 심장의 무게를 재는 심판을 통과해야 했다. 그들에게 현세는 내세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던진다. 전시는 내년 4월9일까지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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