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연초부터 추경 편성해도 기업 안 나서면 백약이 무효

추가경정예산이 이르면 내년 2월 편성될 모양이다. 당정은 23일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을 1·4분기에 30% 이상 조기 집행하고 상반기에 60%를 집중 배정하기로 했다. 특히 여당은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도 ‘적극 검토’로 호응했다.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겨우 20일 만이다. 예산 조기집행만으로는 갈수록 암울해지는 경기전망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산 집행과 동시에 추경을 편성하는 ‘혹시나’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연초 추경’은 현 경기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다. 탄핵에 따른 정국혼란과 예상보다 빠른 미국 금리 인상 속도,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복합 충격파가 몰려왔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국을 중심으로 밀려오는 보호무역주의의 물결로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생각하면 내수라도 살아나야 하지만 눈덩이 가계부채와 청년 실업률은 이마저도 힘들게 만들었다. 정부가 추경이라는 구원투수를 조기 등판시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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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경의 효과다. 정부는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이후 세 차례의 추경 편성으로 약 40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사회간접투자나 임시직 일자리 마련 등 일회성 지출에 의존하는 정책으로 성과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2014년 반짝 3%대로 올라섰던 성장률은 이후 2년 연속 2%대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2% 초반까지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판이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지난 3년간 나랏빚이 100조원 늘었다는 사실뿐이다.

추경이 맥을 못 추는 것은 민간으로의 파급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 할 기업과 내수를 이끌 가계가 잔뜩 움츠려 있으니 정부에서 아무리 돈을 푼다고 한들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끌어내고 산업구조 개선으로 기업들을 혁신의 길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경기침체기를 인수합병(M&A)과 체질개선의 호기로 삼아 전화위복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참여 없이 나랏돈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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