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최씨를 이날 오후 2시께 출석시켜 조사하고 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범)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밝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박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심정이냐’, ‘정유라씨 체포영장이 발부됐는데 소식을 들었나’, ‘박 대통령의 시녀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최씨의 특검 출석은 이달 21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 수사에 들어간 지 사흘 만이다.
특검팀은 최씨를 상대로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특혜성 지원을 받은 배경,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구체적인 역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 대외비 문건을 빼돌리고 문화·체육계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 등도 조사 대상이다.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특혜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혐의와 여러 의혹에 대한 최씨의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면 조사에 앞서 일종의 ‘탐색전’ 성격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 김종(55·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이 이날 시차를 두고 김 전 차관과 최씨를 잇따라 소환한 것은 두 사람이 이번 사태의 실마리를 풀 핵심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의 ‘40년 지기’ 인연을 토대로 사실상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곳곳에 드러난 상태다.
특검 수사의 성패가 걸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에서도 최씨의 입을 여는 게 관건이 될 수 있다.
김 전 차관은 이러한 최씨와 유착해 문화·체육계에 전방위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꼽힌다.
특검이 이런 이들의 역할을 고려해 향후 여러 갈래의 의혹을 파헤치는 ‘징검다리’로 삼고자 첫 소환 대상자로 선택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분석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범), 강요, 사기 미수 등 혐의로 지난달 20일 최씨를 구속기소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53개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롯데그룹 등에 대해선 재단 출연 외에 추가 기부를 강요한 혐의도 있다.
현대차에 자신이 실소유한 광고회사와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총 73억원대 일감을 주도록 요구하는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는 이달 19일 첫 재판에서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주요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