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엔젤매칭펀드 가로챈 벤처인들

가짜 투자자 내세워 29억 챙겨…17개사 대표 덜미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엔젤투자매칭펀드 제도를 악용해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벤처기업 17개사 대표들와 브로커들이 대거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 중점수사팀(팀장 양인철 형사5부장)은 투자 지원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외부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속여 29억원의 엔젤투자매칭펀드를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황모(59)씨 등 벤처기업 대표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범행 수법을 알려주고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방조 등)로 브로커 나모(50)씨 등 2명도 구속 기소했다.


엔젤투자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예비창업자나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를 말한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엔젤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투자금만큼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의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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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진흥공단 등 8개 공공기관은 2011년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조성했으며 한국벤처투자가 이를 운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17개사 대표들은 엔젤투자자 모임인 엔젤클럽 소속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 매칭펀드를 지원받는 심사에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가짜 투자자들을 모집해 엔젤클럽에 가입시킨 뒤 차명계좌로 돈을 건네 자신들이 대표로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토록 했다. 이러한 허위 투자실적으로 매칭펀드 지원을 요청해 한국벤처투자로부터 투자금에 상응하는 자금을 받아 챙겼다. 이들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런 방식으로 가로챈 자금은 29억원에 달했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건실한 청년 사업가에게 지원돼야 할 국민의 혈세가 가짜 투자자를 내세운 벤처기업 대표들에게 흘러간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벤처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국가보조금을 둘러싼 구조적 비리를 파헤치는데 수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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