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전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원에게 관련 조직의 실체 및 최신 사기수법 등을 듣는 세미나가 열렸다. 금융사기 대응 업무를 하는 금감원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수법들이 소개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보이스피싱 수법들은 훨씬 더 교묘하고 정밀한 시나리오로 이뤄지고 있었다. 사명감에 전문성도 갖췄다고 자부해온지라 진화하는 수법들을 보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을 민생을 침해하고 금융시장의 질서를 훼손하는 금융악(惡)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 하고 있다. 연초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돈을 건네받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자 금감원과 경찰청·금융회사가 공동으로 ‘112 신고 및 현장 예방·검거’ 체계를 가동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 한 해 총 82억원(383건)의 피해를 예방했고 인출책 147명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갈수록 교묘화·정교화하는 수법의 영향으로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5억~6억원이 사기범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2,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방패를 두텁게 하는 것 이상으로 창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이유다.
전자금융사기에 속지 않도록 확인 또 확인하고 미심쩍으면 “노(no)!”라고 말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으면 사기꾼들의 시도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 금감원이 제도 개선과 더불어 국민들이 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전파력이 높은 공중파 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안내와 예방 활동을 주제로 수차례에 걸쳐 방영하고 있다. 특히 노령층 등 정보 취약계층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경로당 방문, 연극 공연 등 맞춤형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이라는 날카로운 ‘창’을 막아낼 수 있는 두터운 ‘방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들을 괴롭히고 재산적 피해를 유발하는 보이스피싱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뿌리 뽑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정성웅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