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확산되면서 살처분한 가금류가 2,500만마리를 넘어섰다. 방역당국이 ‘최후의 보루’로 여기던 경남마저 뚫리고 AI 여파로 계란 값이 지난달보다 40% 가까이 오르는 등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AI 여파로 도살 처분됐거나 도살 예정인 가금류 마릿수는 519개 농가, 2,569만마리에 달한다. 의심 신고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오면서 AI 신고 건수는 113건으로 늘었고 100건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현재 검사 중인 나머지 13건도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확진을 포함해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농가를 포함하면 총 260개 농가가 AI 양성판정을 받았다. 발생지역도 8개 시도, 32개 시군에 이른다.
정부가 방역의 최후 저지선으로 삼았던 영남에서도 잇따라 방역망이 뚫리면서 AI는 사실상 전국으로 퍼졌다. 이날 경남도는 지난 24일 신고된 양산시 상북면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장의 AI 검사 결과 ‘H5형 AI’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6일 부산 기장군 토종닭 사육농가의 의심 신고가 방역당국에서 고병원성 AI(H5N6)로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영남에서 나온 두 번째 확진 판정이다.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내렸던 두 차례의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경남도는 양산시 해당 농장과 인근 농장의 산란계 10만6,000여마리를 긴급 살처분할 예정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AI가 퍼지면서 ‘가금류 살처분 급증→농가 피해 확대→소비자 부담 증가’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산란계의 피해도 심각하다. 산란계는 전체 사육규모의 25.5%에 해당하는 1,779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번식용 닭인 산란 종계는 사육 규모 대비 42.8%인 36만3,000마리가 사라졌다. 영세농가가 대부분인 오리 농가도 전체 사육오리의 23.9%에 해당하는 209만4,000마리가 살처분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산란계 감소로 계란 품귀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22일 특란 10개의 산지가격은 1,701원으로 전월(1,242원) 대비 무려 37.0%나 급등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23일 ‘계란 수급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할당 관세 적용, 운송비 인하 등 수입업자의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당장 부족한 수급을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