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밖으로는 구조적 장기침체 속에서 기축 통화국들의 상반된 통화정책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안으로는 인구 절벽과 노동 시장의 효율성 약화, 가계부채 심화, 소득 불균형 확대, 주력산업의 성장 모멘텀 약화, 물적 투자의 성숙화, 구조조정의 지연 등으로 성장 동력이 심각하게 약화됐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초반이었던 우리의 성장 잠재력은 이미 3%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을까? 우선 프론트 라인에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돌파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재정 투입이 가장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의 국가채무는 GDP의 40% 수준이어서 다른 국가대비 건전성 측면에서 아직 여유가 있고 최근에는 재정수지마저 좋아지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세출 쪽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조세지출예산이라는 관점에서 세입 쪽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주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의 신용정책을 백업 라인에 포진시켜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 28조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신용정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 시행됐던 어음 재할인등의 폐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의 파급경로가 약화되는 등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의 효용성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방식의 통화정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다양한 신용정책이 이를 보완해 줘야 한다. 예컨대 온 랜딩(On-lending) 방식에 의해 25조원이 운용되고 있는 금융중개 지원대출을 50조원 이상으로 대폭 키우고 은행 간 경쟁 유인도 크게 확대해서 제도의 실효성을 한층 높이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끝으로 이들 재원을 담을 제도적 장치로서 소위 ‘원샷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확대 개편해서 활용해 보자. 원래 이 법은 일본의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법인데 몇 가지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법 지원대상이 공급과잉 업종으로 국한된 것을 일본처럼 창업기, 성장기, 성숙기 및 정체기 등 생애주기별 해당기업에 다양한 맞춤형 지원이 제공되도록 확대해야 한다. 우리 산업이 보다 신속하게 미래지향적 구조로 혁신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지원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한층 투명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위해 법의 소관부처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