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자취 생활을 해온 기자에게 택배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대상이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에 살다 보니 부재 시 택배 보관 및 수령이 항상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현관 문 앞에 놓아달라고 할 경우 혹시 누가 가져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고, 매번 1층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무인 택배함이 설치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부럽기도 했다.
최근 티켓몬스터(티몬)가 BGF리테일과 손잡고 CU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론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무릎을 탁 쳤다. 자취생들이면 누구나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마음 편히 택배를 맡겼으면”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부모님이 택배 내역을 일일이 알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부모님께 아직 공개하지 않은 연인을 위한 선물 등 감추고 싶은 택배는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티몬은 자체 온라인·모바일몰에서 구입한 제품을 무려 7,000여개의 전국 CU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 11월부터 본격화했다. 일부 온라인 업체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서울 지역의 몇십군데 편의점과 제휴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편의점 숫자로 업계 1위인 CU의 매장이 1만개가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티몬 픽업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PC로 티몬 사이트에 접속해 크리넥스 화장지와 암웨이 치약, 세타필 로션 등 생활용품 위주로 약 5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기까지의 과정은 기존과 다르지 않았는데, 배송지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에서 ‘일반택배’와 ‘티몬픽업(편의점)’을 선택할 수 있었다. 티몬픽업을 체크할 경우 ‘편의점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고, 곧바로 현재 위치에 기반한 주변 편의점 리스트가 지도와 함께 떴다. 집에서 주문하거나 직장에서 주문할 때 주변 편의점을 좀 더 쉽게 찾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였다.
꼭 주변 편의점이 아니더라도 ‘지번 주소’ ‘도로명 주소’ ‘편의점명’의 항목을 골라 원하는 편의점 검색이 가능했다. 기자가 ‘봉천동’을 입력하자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픽업 가능 편의점 15개 리스트가 매장별 전화번호와 함께 쭉 나열됐다. 집에서 가까운 관악구청점을 선택했고, 결제를 마치자 배송 현황을 조회할 수 있었다. 특히 티몬 모바일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자 몇 번의 터치만으로 배송조회를 할 수 있어 편리했다. ‘상품준비중’ ‘배송준비중’ ‘배송중’ 등의 단계로 구분해 현황을 파악한 후 해당 화면에서 직접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거나 1:1 채팅 문의를 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해 보였다.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상품이 편의점에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 CU 관악구청점에 방문해 문자에 첨부된 바코드를 보여주자 곧바로 택배 조회 및 수령이 이뤄졌다. 상품이 편의점에 입고된 후 6일 이내에 언제든 찾을 수 있고 분실 위험이 적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 회식 후 늦은 시간에 택배를 찾아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편의점 입고 7일 후엔 상품이 자동으로 반송처리 되는데, 택배를 까맣게 잊고 있거나 갑작스런 지방 ·해외 출장 등으로 물리적으로 픽업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유용해 보였다.
다만 7,000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 제휴에도 여전히 일부 고객들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기자 역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CU 편의점에서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으로 관악구청점을 선택했다. 티몬 측이 CU 픽업 매장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고객 만족도도 함께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