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반도체 제조업체의 설계자료 등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영업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A사 영업부장 김모(51)씨와 수석연구원 한모(54)씨, 김씨의 부인 김모(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반도체 제조업체 직원인 김씨 등은 설계자료와 핵심 재료인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해외 업체에 몰래 빼돌리는 등 2008년부터 최근까지 2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소규모 반도체 제조업체의 주문을 받아 이를 제작해주는 업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부부는 남편의 지위를 이용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08년 반도체 연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부인 김씨 명의로 B사를 설립하고 연구원 한씨를 끌어들여 이사로 앉혔다.
영업부장인 김씨가 회사업무차 소규모 업체들로부터 받은 반도체 설계정보를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빼돌렸고, B사 이름으로 주문을 받아 A사 제품을 마치 B사에서 생산한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 이들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공모한 사업에 응모해 국고보조금 1억5,0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사에서 생산하는 웨이퍼 양 중 김씨 일당이 빼돌린 양이 워낙 미미해 오랜 시간 발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