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핵전쟁 위기까지…국제정세 뒤흔드는 가짜뉴스

SNS 게재된 미확인 뉴스에

이스라엘-파키스탄 핵 위협

"브렉시트·美 대선에도 영향"

페북 근절 대책 실효성 의문

겉으로는 진짜 기사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사실무근인 ‘가짜 뉴스’가 세계 핵 안보를 위협하는 변수로 등장하는 등 국제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잇단 해프닝 속에 가짜 뉴스 근절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에서는 한 사이트에 게재된 가짜 뉴스 때문에 때아닌 핵전쟁 위기가 불거졌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파키스탄에 핵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했다”며 “파키스탄 역시 핵무기 보유 국가임을 잊은 듯하다”고 밝혔다. 아시프 국방장관이 돌연 핵 공격을 시사한 것은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파키스탄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할 경우 핵 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가짜 뉴스 때문이다. 그가 뉴스를 접한 온라인 사이트 ‘AWD뉴스’는 주로 가짜 뉴스를 취급하는 풍자 사이트다. NYT는 “가짜 뉴스가 전 세계적 문제로 비화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가짜 뉴스 논란은 미국 내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상을 깨고 백악관의 주인이 되자 출처도 명확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정국을 좌지우지했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실제로 대선에서 낙마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선거 기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 성매매 여성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있다’는 등의 허위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클린턴 전 장관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고 워싱턴DC의 피자집 지하실이 근거지’라는 가짜 기사를 믿은 한 남성이 문제의 점포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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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보급이 꼽힌다. 페이스북·트위터로 인터넷 기사가 쉽게 공유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기사가 순식간에 퍼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미 대선 등으로 기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짜 뉴스의 확장성이 더욱 커졌다.

가짜 뉴스의 폐해가 커지자 앞서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신고’ 등 집단 지성에 근거한 근절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광고 수익을 노린 가짜 뉴스 생산자는 넘쳐나는데다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진실을 가로막는 가짜를 가려낼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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