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교실] AI 피해 왜 이렇게 심각해졌나요

성환우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조류질병학 전공

AI, 산란계 농장에 집중...감염 개체수 단기간 크게 늘어

성환우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성환우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


최근 언론 매체를 통해 AI(Avian Influenza·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닭이나 오리가 매몰되는 장면을 봤을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도대체 어떤 질병이기에 축산농장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의 독감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AI도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합니다. 닭·오리 등 가금류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조류가 감염될 수 있으며, 폐사 등의 병원성은 감염되는 조류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납니다. 특히 겨울 철새 오리류의 야생조류들은 바이러스를 오랜 기간 동안 주위에 배출해 오염시킬 수가 있기 때문에 AI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역통제가 힘든 철새가 전염병 유입의 주요 원인이다 보니 겨울 철새가 우리나라에 오는 초겨울에 AI 발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AI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베트남은 연중 발생하고 일본에서도 올해 11월에 발생했습니다. 위생·방역 수준이 높은 서구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지난 2014~2015년 6개월에 걸쳐서 약 5,000만마리의 닭·오리·칠면조를 살처분했고 유럽에서도 올해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12개국에서 AI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여섯 번의 AI가 발생했으며 짧게는 42일, 길게는 669일 지속됐습니다. 올해는 11월에 처음으로 농장에서 감염사례가 나왔고 제주도와 경북을 제외하고 경기·강원·충남·충북·전북·전남·경남 등 거의 전국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첫 발생 후 한 달여 만에 살처분 마릿수도 역대 최고인 2,000만마리를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이처럼 심각한 피해가 생긴 것은 왜일까요.



☞ AI 발생 원인과 전파는

바이러스 감염된 철새가 주원인

철새 분변에 노출된 사람·차량이

닭·오리 농가로 질병 유입시켜

☞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과거와 다른 H5N6형 바이러스

살처분 2,000만마리 넘어 최대

매몰작업 속도 높여야 조기 근절

농가 자율방역활동이 가장 중요


철새 도래지 여행·방문 자제 등

관련기사



국민 협조·동참 노력도 필요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첫째, 올해 발생한 바이러스의 특성이 과거와 달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올해 발생한 AI 바이러스는 H5N6형으로 그간에 국내에서 발생했던 H5N1·H5N8형과는 다른 유형이며 바이러스의 특성도 다릅니다.

둘째, 이번 AI는 특히 산란계 농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산란계는 한 농장에서 수십만 마리의 대규모 사육이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단기간 내에 살처분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게 됐습니다.

셋째, 단기간에 AI가 많이 발생해 감염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현장에서 살처분과 매몰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 AI에 감염된 닭·오리는 신속하게 살처분하지 않으면 다른 농장 등으로 AI를 전염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은 AI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보다 조기 종식되고 피해규모도 작습니다. 이는 우리와 달리 오리농장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오리는 감염돼도 죽지 않아 감염확인이 안돼 전파매개체로 작용하는 것이죠. 총리를 중심으로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춘 것도 우리와 다릅니다.

AI를 조기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살처분과 매몰이 불가피합니다. 감염 닭의 치사율이 100%에 가깝고 백신을 쓰면 상시화·내재화, 인체 변이촉발 가능성 때문에 선진국도 신속한 살처분을 통한 통제전략을 씁니다.

현재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갖추고 현장에서 공무원·군인·민간인력 등을 최대한 동원해 노력하고 있으나 앞으로 살처분과 매몰작업의 속도를 높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국내에서 발생한 AI의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AI 발생 및 전파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뉩니다.

한 가지는 농장 주변의 하천·호수의 철새 분변에 오염된 사람이나 차량 등을 통해 농장 내로 질병이 유입되는 경로이고, 다른 한 가지는 발생농장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사람·차량·동물의 이동에 의해 질병이 농장 간에 옮겨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농장에 출입하는 사람·차량에 대한 철저한 관리나 방역으로 AI 확산을 차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농장 출입에 대한 방역은 국가나 지자체보다는 농가 스스로의 자율 방역활동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외출 후 손 씻기 등 개개인의 방역활동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유례없이 빠른 AI 전파와 피해로 인해 축산 농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우려가 높습니다. 밤낮없이 방역활동에 매진 중인 방역 당국과 농가 등이 조금만 더 힘을 모아 최대한 빨리 AI가 종식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오리고기는 AI가 발생되지 않은 농장에서 출하된 것이고 요리과정에 익혀지면 죽기 때문에 안심해도 됩니다. 아울러 AI 발생 지역이나 철새 도래지로의 여행, 방문을 자제하는 등 국민들의 협조와 동참도 필요한 때입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