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풍전등화 전경련] '도미노 탈퇴'에 존폐 기로…내년 2월 싱크탱크 전환 방안 발표

■ LG, 전경련 탈퇴 공식선언

5대 그룹이 회비 절반 차지…추가 탈퇴 땐 큰 타격

허창수 회장 후임자 물색도 난항…수장 공백 우려

자진 해산보다 한경연과 통합 등 쇄신안 내놓을듯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속속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경련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속속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경련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우려했던 도미노식 탈퇴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뼈를 깎는 변화와 자기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존립마저 위태로운 처지로 전락했다.


27일 LG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 선언한 것을 비롯해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대기업들이 ‘탈퇴 열차’에 동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잔류하는 회원사들도 ‘자기파괴적 혁신’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전경련은 정기총회가 열리는 내년 2월쯤에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쇄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에 등 돌리는 대기업=LG그룹의 전경련 탈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삼성과 SK그룹도 총수가 탈퇴를 선언한 상태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탈퇴를 언급한 만큼 자연스럽게 탈퇴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LG처럼 공식 선언을 할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지만 내년 2월까지는 전경련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전경련에 내년 2월 총회에서 결정되는 회비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 관련해 정산 작업을 거쳐 최종 탈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후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 측은 “지난번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입장을 표명한 후 전혀 변화가 없다”며 “현재 탈퇴 형식이나 절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도 이달 초 전경련 탈퇴 결정을 내리고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회원사로 활동하지 않고 회비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을 지탱해온 ‘안방마님’들이 속속 이탈함에 따라 다른 회원사들의 탈퇴 도미노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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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이미 탈퇴 의사를 표명했고 시중은행들도 탈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회원사들의 대규모 탈퇴는 회비 감소로 이어져 전경련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현재 전경련의 연간 운영자금은 회비 400억여원과 임대수입 300억여원 등 700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 100억원을 포함해 5대 그룹이 분담하는 회비는 연간 200억원으로 전체의 50%에 달한다. 삼성·LG·SK 등에 이어 대기업들이 추가 탈퇴에 나설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싱크탱크 전환방안 유력=해체 위기에 내몰린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총회를 전후해 쇄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회원사 의견을 모으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특검 준비로 대기업들이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15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는 GS그룹을 제외하고 참석을 공개한 곳은 LG밖에 없었을 정도로 기업들이 강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삼성·현대차·SK·롯데·포스코·한화·현대중공업·한진 등 대기업은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전경련은 앞으로 회원사 개별 접촉을 통해서라도 쇄신 방안에 대한 총의를 모을 방침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싱크탱크로 변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몰린 것은 결국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 정경유착과 수금(收金)창구 역할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방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진 해산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건의사항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재계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해체보다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원사(600여개)의 75%가 찬성하면 자발적으로 해산하게 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해산보다는 변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다양한 쇄신 방안을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쇄신 대상인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쇄신 방안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후임 회장 물색도 난항을 겪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끝난다. 이미 3연임 했기 때문에 물러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하지만 아무도 후임자를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 내년 초 수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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