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공들여 추진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외교정책에 유엔이 강력한 태클을 건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반 총장과 면담 약속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FP는 복수의 유엔 외교관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반 총장을 무시한 것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유엔과 미국과 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 총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미 대선 이후 한 차례 통화한 후 회동 약속을 잡은 바 있다. 반 총장은 지난주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에서도 “한번 만나서 유엔의 여러 문제를 협의하자고 했더니 (트럼프 당선인도) 흔쾌히 응했다”고 회동 계획을 확인했다.
그러나 FP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과 트럼프 당선인 간 만남이 끝내 불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트럼프 측이 최근 유엔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택하자 “(내년)1월20일 이후 유엔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유엔을 향해 “그저 모여서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클럽”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반 총장 측 관계자는 “애초 합의대로 면담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현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에 대립이 커지면서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