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협력하는 괴짜'가 미래 인재상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13>교육 혁신

프로젝트 중심 교육 개편 통해

창조적 역량 갖춘 인재 기르고

대학 간 자율경쟁 체제로 전환

현장 융합교육 풍토 조성해야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이사장·KAIST 초빙교수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중심으로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혁명’이라고 필자는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의 역할 분담에 대한 관점이 미래 교육의 방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 지향적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할은 각각 혁신적인 일과 반복되는 일로 나눠져 상호 협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위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최소한 1,000개 이상의 반복되는 데이터가 있어야 어느 정도 학습 효과를 거두게 된다. 더 반복적인 작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맡기고 인간은 덜 반복적이고 보다 고차원적인 혁신적인 일에 몰입하는 것이 상호 역량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과거 그리스 시민들이 10배에 해당하는 노예에게 생산을 맡기고 토론과 전쟁에 집중한 것과도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교육에 교육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본원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교육의 작금의 불편한 진실은 정답을 맞추는 스펙형 인재교육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스펙형 인간은 미래에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인재상이 될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정답을 맞추기 위해 20년 가까이 교육을 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도를 읽을 수 있으면 되지 지도에 있는 지명들을 외울 필요가 있겠는가. 아직도 5지 선다형 시험을 고집하는 국가가 미래의 일류 국가로 부상할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 완수를 위해 다르게 생각하고 협조하는 ‘협력하는 괴짜’가 미래의 인재상이 돼야 할 것이다.

창조와 협력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협력하는 괴짜를 키우는 교육은 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만 가능하다. 프로젝트 교육은 정답을 맞추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를 찾는 능력과 개방적인 팀워크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다. 이제 선생의 강의는 팀 프로젝트의 화두를 주는 것이 된다(Less Teaching, More Learning!). 팀 프로젝트를 통해 창조성과 협력성을 키워가는 컨텍스트(context·상황) 중심의 학습이 미래 인재교육의 중심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중심 교육에 반복적으로 필요한 공통 콘텐츠는 흔히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공통 플랫폼에서 제공될 필요가 있다. 결국 미래 교육은 MOOC 기반의 콘텐츠 교육과 팀 프로젝트 기반의 컨텍스트 교육의 융합으로 구성되나, 이중 더욱 본질적인 것은 프로젝트 기반의 컨텍스트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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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젝트 중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시스템이다. 정답이 없는 교육이기 때문에 한국교육의 걸림돌인 과도한 학부모의 개입에 의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주관에 의한 평가방식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상호평가(peer review)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이러한 상호평가 과정에서 획득되는 압축된 학습은 덤이다. 상호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문제는 평가를 평가하는 메타 평가로 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미래 인재교육의 성패는 교육 방식과 더불어 교육 거버넌스의 혁신에 달려 있다. 현재 교육부의 개별예산 통제로 자율성을 상실한 대학교육은 대학 간 자율과 경쟁체제로 당장 전환돼야 한다. 대학의 예산권·선발권·인사권을 돌려주되 공정한 성과 경쟁과 도덕적 해이의 사후 가중 징벌이 혁신 방향이다. 논문 교수 중심의 대학 내 거버넌스도 개방돼야 진정한 현장융합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대학교육이 자리 잡으면서 입시의 자율권이 부여되면 획일적인 중·고등 교육에도 자율과 다양성이 부활할 것이다.

국가는 제도와 인간으로 발전한다. 제도는 정치가, 인간은 교육의 몫이다. 정치와 교육의 혁신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의 양대 기반일 것이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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