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퀄컴에 사상최대 1조 과징금]공정위-퀄컴 '악연'...한미 통상마찰 번질라

공정위, 의견 제출 연장 등

방어권 요구 대폭 수용 불구

퀄컴선 "절차상 문제 있다"

2009년 로열티 사건도

퀄컴 항고로 대법 계류중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바짝 긴장했다. 미국 특허기업 퀄컴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게 되면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감안할 때 상당한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퀄컴 제재를 결론 내기 위한 공정위 전원회의 진행 중에 트럼프 당선 소식이 들려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런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공정위는 퀄컴이 요구한 방어권을 대폭 수용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후 퀄컴은 의견제출 기한을 세 번 연장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여 올해 5월27일 의견서를 받았다. 이후에도 통상 1~2차례 열리는 전원회의를 7차례 열었고 전원회의 개최 시점도 퀄컴이 원하는 대로 뒤로 미뤘다. 공정위 심사관 측을 자문한 전문가와 퀄컴 측을 자문한 전문가를 공개하며 밀실 논의라는 오해를 벗으려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이 내용보다는 절차를 빌미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쪽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퀄컴은 제재 결정이 내려지자 정작 중요한 절차상의 요구를 공정위가 들어주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이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로 끌어가고 있다.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 및 법무총괄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퀄컴은 적법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인 사건기록에 대한 접근권과 (퀄컴에 불리한 증언을 한)증인에 대한 반대신문권 등을 보장해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이러한 권리들은 한미 FTA에 따라 미국 기업들에 응당 보장돼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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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자칫 공정위의 결정이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문제를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제재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퀄컴의 특허 남용으로 피해를 본 쪽은 한국의 삼성이나 LG뿐만 아니라 미국의 애플과 인텔, 중국의 화웨이, 대만의 미디어텍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또 퀄컴이 요구한 사건 기록은 경쟁사의 영업비밀 등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증인 반대 신문권은 퀄컴 스스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결정 이전부터 공정위와 퀄컴은 질긴 악연을 갖고 있다. 공정위는 2009년 퀄컴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경쟁사의 칩세트를 사용하면 더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고 수요량 대부분을 퀄컴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2,731억 원을 부과했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벌였고 2013년 패소했지만 항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제법과 관련한 문제도 있고 여러 따져야 할 사항이 많아 오래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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